[고양신문] “느티나무 할아버지, 산황산 숲 꼭 지킬게요”

관리자
발행일 2022-11-02 조회수 24













































산황산 용뿔 느티나무 고천제
고양환경운동연합과 산황동 주민 참석
마을 안녕 빌며 골프장증설 저지 다짐








[고양신문] 고양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제4회 산황산 용뿔 느티나무 고천제(告天祭)’가 29일 열렸다. 고천제에는 고양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참석했다. 윤영학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의 강신례(降神禮)와 조정 공동의장의 축문(祝文) 낭독으로 시작된 이날 고천제에서 참가자들은 한명 한명 느티나무 할아버지에게 정성스레 예를 올리고,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전한 후 느티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햇살 따뜻한 가을날 한나절을 함께 했다.






고양을 대표하는 노거수(老巨樹, 수령이 오래된 거대한 나무) 중 하나인 산황동 느티나무는 680여 년 전 조선 도읍지를 찾아 일대를 누볐던 무학대사가 이 마을을 지나며 심은 나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산황동 느티나무를 대대로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목으로 여겼고, 경기도가 지정한 고양시 제1호 보호수가 됐다.
나무는 외양부터가 웅장하다. 키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와 보면 나무 밑둥의 두께가 엄청나고, 용틀임하듯 비틀리며 뻗은 몸통과 줄기의 모양이 신비한 기운을 발산한다.
이렇듯 나무가 품고 있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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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가치로 인해 산황산 용뿔 느티나무는 마을 주민들과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수년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골프장 증설 저지'와 '산황산 숲 지키기' 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는 곳은 당첨말이다. 도촌천이 흐르는 동쪽을 빼고 세 방향으로 야트막한 숲이 감싸고 있는, 산황산 가장 안쪽의 아늑한 자연마을이다. 이 마을에 오래도록 터 잡고 살아온 어르신들 몇몇이 이날 고천제에 자리를 함께하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고, 주말을 맞아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산책을 나온 이웃들이 우연히 마주한 흔치 않은 행사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임충만 어르신은 “700여 년 세월 동안 온갖 풍상을 이겨낸 느티나무가 몇 해 전 태풍 링링의 직격탄은 맞고 굵은 가지가 잘려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다행히 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고양시의 긴급 보호조치를 이끌어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골프장이 증설돼 바람을 막아주는 산황산 숲이 사라지게 된다면 느티나무는 또다시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염려의 마음을 전했다.


산황산 용뿔 느티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마을 주민 임충만 어르신.  
산황산 용뿔 느티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마을 주민 임충만 어르신.  




행사를 준비한 고양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고천제를 여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라며 “하나는 70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 할아버지에게 예를 올리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인근 골프장 증설을 저지하고 도심의 소중한 녹지공간인 산황산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자는 의지를 결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이날 고천제에서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읽은 축문(祝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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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황산 느티나무 고천제 축문
영원함의 끝을 알 수 없는 하늘님과 우리 존재의 시종을 보듬어주시는 땅님께 제4회 산황동 느티나무 고천제를 고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오전 11시, 고양환경운동연합은 고천제를 마련하여 고양시 나무들의 할아버지 앞에 모였습니다.
2013년 3월에 느티나무 할아버지와 고양환경운동연합은 처음 만났습니다. 우리는 새삼 생명과 역사에 경외감을 가졌고,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말없는 말로 산황산을 지키라고 타일렀습니다.
우리가 함께 맞은 열 번 째 가을입니다. 고양환경운동연합과 고양시민들은 힘닿는 데까지 산황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우리를 응원해주었습니다.
오늘 또 우리는 우리 처지와 기원을 천지와 천지간 생명들께 고합니다. 생명의 터전을 부수고 부당하게 돈 버는 자들의 흉악을 이 마을에서 물리쳐 주십시오. 느티나무 할아버지 건강을 위한 부지와 뿌리 보호 시설을 마련하게 도와주십시오. 느티나무 할아버지의 생명력을 이은 후계목을 가려 육성토록 해주십시오. 법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이 일을 도와줄 고양시장과 지자체 의원들 마음에 생명의 지혜를 채워주십시오. 자연의 풍부함 속에서 산황동 주민들과 고양시민들이 평화를 누리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한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가을을 기뻐합니다. 함께 나눌 소찬을 감사드립니다. 이 작은 고천제가 해마다 뜻을 더하고, 산황동의 느티나무 할아버지가 늘 푸르기를 기원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땅의 날
기후위기를 근심하는 지구의 벗님들과 함께 행동하는 고양환경운동연합 

















































  • 기자명

    유경종 기자


  • 입력 2022.10.31 14:33


  • 수정 2022.11.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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