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앞에서 2년째 농성중인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반대대책위 천막
시의회 앞에서 2년째 농성중인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반대대책위 천막




 
[고양신문] 산황동 골프장 증설철회를 요구하며 2년째 농성 중인 시의회 앞 천막농성장에 대해 최근 고양시가 강제철거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중재역할을 해야 할 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오히려 철거를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확인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산황동골프장증설반대대책위(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고양시는 13일 시의회 앞 천막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 계고를 통지했다. 해당 계고장은 ‘해당 농성장이 공유재산 운영관리에 지장을 주고 있어 이를 방치하면 현저히 공익을 해칠 것으로 인정되는 만큼 철거 및 원상복구를 촉구한다’고 되어 있으며 오는 28일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시 행정지원과 측은 이번 강제철거 통보가 시의회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농성장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이 있었고 특히 시의회 차원에서 해당 점거에 대해 적법하게 조치해달라는 공식요청이 제기됐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대책위 측에 자진철거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통보된 고양시 행정대집행 계고장
지난 12일 통보된 고양시 행정대집행 계고장




 
실제로 이같은 내용은 지난 7월 15일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속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행정지원과와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채우석 의원(무소속)은 “시 재산을 무단점유하고 있는데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집행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7월 13일 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김수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건물 내에 흉물스럽게 천막을 치고 있는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시청 전기를 밤낮으로 사용하면서 사용료는 받고 있나. 고양시가 지나치게 관용적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취재 결과 이번 천막농성장 철거와 관련된 공식요청은 시의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덕심 의회운영위원장은 “직접적인 철거요청은 아니었고 시 집행부에서 결정권한이 있는 만큼 (농성천막을)빨리 해결해 달라는 의견을 전했을 뿐”이라면서도 “그동안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기다렸지만 언제까지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협상이 난망한 상황인데다가 다른 의원들의 요구도 많았기 때문에 운영위 차원에서 논의해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위는 김덕심, 채우석, 김미수, 정판오, 김수환, 김종민, 김보경, 이해림 등 8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탈당한 채우석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운영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시의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송규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시민들이 마지막 보루로 의회 앞에 온 것 아니냐”며 “무단점거를 지적하기에 앞서 산황동 문제와 관련해 의회가 충분한 중재역할을 했는지 먼저 되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 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지금의 시의회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과연 당이 내세우는 가치와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같은 집권여당 소속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그동안 시 갈등조정관 및 시장 보좌관 등이 직간접적으로 농성장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골프장 증설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러날 수 없었다”며 “2년 넘게 시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던 시장이 이번 시의회 요청을 핑계 삼아 행정대집행 계고로 협박하려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시의회에 대해서도 “시정 견제와 시민 대변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철거요청을 한 의회 결정에 분노한다”며 “지금이라도 철거요청을 철회하고 산황동 보존을 위한 방안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2년 전 대책위 측의 시청 앞 농성천막 시도에 대한 고발사건을 수사하던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은 최근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김영중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차장에게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재판부 선고는 오는 11월 13일 진행될 예정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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