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풍동 쌍용아파트 진입로의 30년 된 벚나무가 하루아침에 불법 벌목됐다. 왼쪽과 오른쪽은 같은 장소에서 벌목 전과 후를 비교한 모습.
일산풍동 쌍용아파트 진입로의 30년 된 벚나무가 하루아침에 불법 벌목됐다. 왼쪽과 오른쪽은 같은 장소에서 벌목 전과 후를 비교한 모습.




[고양신문] 매년 봄이면 아파트 진입로에 화사한 꽃그늘을 만들어주던 30년 된 벚나무 20여 그루가 하루아침에 베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경의선 기찻길과 애니골 음식문화거리에 인접한 일산풍동 쌍용아파트 진입로다.
벌목을 목격한 주민 정성용씨(일산풍동쌍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17일 오전 8시경 7~8명의 인부들이 트럭 등 벌목장비를 가지고 와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작업 중지를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를 했지만, 이미 벚나무 20여 그루와 주목 등 기타 수목 20여 그루가 손 쓸 새도 없이 쓰러져 버렸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주민 정성용씨가 벌목된 벚나무의 밑동을 가리키고 있다.
주민 정성용씨가 벌목된 벚나무의 밑동을 가리키고 있다.




나무가 서 있던 자리는 아파트 진입도로와 개인 소유 대지의 경계를 이루는 시유지다. 시유지에 서 있는 나무를 개인이 불법 벌목했으니 명백한 범법 행위다.
벌목을 지시한 사람은 진입로 옆 자신의 사유지에 최근 빌라 신축공사를 시작한 토지주 A씨다. A씨는 “나무가 내 땅에 있는 줄 알았다. 토지 경계를 잘못 판단해서 벌어진 실수”라며 행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달랐다. 20일 아파트 공터에서 열린 벌목사건 관련 주민 집회에서 한 주민은 “기찻길과 음식점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아파트 입구의 벚나무길은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추억이 많은 장소였다”면서 깊은 상실감을 표했다. 이어 “빌라 공사의 편의를 위해 벚나무를 의도적으로 벌목한 것 아니냐”, “신축 허가를 내주고,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일산동구청도 책임을 방기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긴급 소집된 주민 집회에서 분노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쌍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종문 회장.
긴급 소집된 주민 집회에서 분노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쌍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종문 회장.




주민 100여 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는 풍산동 지역구인 조현숙, 정연우 시의원이 참석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정연우 시의원은 “원상복구는 당연한 주민들의 권리이고, 나아가 아파트 입구의 빌라 신축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탠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도 “신축공사와 관련해 주민들이 사전에 구청을 찾아가 나무가 베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면서 “나무권리선언을 한 고양시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행정의 공백을 질타했다.
쌍용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종문 회장은 “형식적인 복구가 아닌 원형 그대로의 100% 원상복구를 요구한다”면서 “아울러 아파트 출구와 인접하게 설계돼 안전 우려가 제기되는 빌라 진출입로 문제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입장을 들은 일산동구청 관계자는 “관련부서가 함께 협의를 진행해 벚나무의 원상복귀 방안과 행위자에 대한 법적 조치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축 빌라 건축주에 의해 불법 벌목된 벚나무들.
신축 빌라 건축주에 의해 불법 벌목된 벚나무들.




 


주민들은 벚나무가 서 있던 자리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건축주의 불법행위와 일산동구청의 행정 공백을 성토했다.
주민들은 벚나무가 서 있던 자리에 현수막을 게시하고 건축주의 불법행위와 일산동구청의 행정 공백을 성토했다.






17일 열린 주민집회에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표했다.
17일 열린 주민집회에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표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정연우 고양시의원.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정연우 고양시의원.






집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주장에 힘을 보탠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
집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주장에 힘을 보탠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일산동구청 관계자.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일산동구청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