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일산동구 산황동에 무슨 일이? 고양 정수장 옆 골프장 증설 반대 운동 확산 “농약 수돗물 안 돼”

관리자
발행일 2015-10-11 조회수 5



일산동구 산황동. 요새 이곳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양 정수장 옆, 스프링힐스 골프장 증설 계획을 두고 지역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들은 골프장이 증설되면 지역 환경 파괴는 물론 농약 비산으로 인해 인근 고양정수장 수돗물의 안전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측에 골프장 증설의 즉각적인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화정역 앞에서 ‘고양정수장 옆 골프장 반대 시민대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
“왜 하필 정수장 옆 골프장 증설?”
지난 9월 20일, 일산동구 산황동과 화정역 등지에서 산황동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고양정수장 옆 골프장 반대 시민대행진’이 산황동 골프장 증설 반대 범시민 대책위원회의(이하 범대위)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시민대행진은 시민사회단체와 일반 시민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은 일산동구 산황동에 있는 스프링힐스 골프장이 기존 9홀에서 18홀로 증설하려는 계획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고양시의 보다 성의 있는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렇게 산황동 골프장 증설과 관련해 고양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것은 골프장 증설 예정 부지의 위치에 대한 문제가 크다. 먼저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지역으로, 부지 바로 앞 290여 미터 거리에 고양정수장이 자리해 있다. 이곳 정수장에서는 침전지의 물을 정수해 고양시 일대와 파주시 운정, 교하 등의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수돗물로 내보내고 있다.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들은 15만 평의 잔디에 연중 막대한 양의 농약을 살포해 잔디를 가꾸는 골프장이 증설되면 이곳에서 뿌려진 농약이 290여 미터 앞 정수장으로 날아가 고양시민과 파주시민이 이용하는 수돗물의 안전성에 위협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수장 침전지의 경우 하늘로 개방돼 있어 농약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사업자 측은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고양시에 미생물 농약을 사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높다. 기존 농약 사용량을 약간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나 미생물 농약만으로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 우려의 목소리 높아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들은 정수장 문제 뿐 아니라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 지역공동체 붕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골프장 증설로 인해 그린벨트 내 숲을 이루고 있는 산황동 안산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되고, 또 잔디를 곱게 유지하기 위해 끌어다 쓰는 막대한 지하수는 농업용수 부족을 야기해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될 거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골프장 조명으로 인한 빛 피해 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조 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고문은 “도심 속 숲은 공기를 정화하고 도심 온도를 낮추는 허파 역할을 한다. 또한 산은 비가 오면 물을 머금고 있는 보습의 기능을 해 생명을 키우는 데에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고양시 내에 인구가 늘고 도심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런 허파 역할을 하는 산이 고양시에 몇 개 없다. 골프장을 증설하게 되면 이러한 소중한 산과 숲이 다 파헤쳐지고 거대한 잔디 화분만 남게 된다. 거기에다 막대한 지하수까지 끌어올려 쓰게 되니 농업용수 고갈로 인근 주민이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마을이 물이 풍부하고 습지여서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바닥에 질질 흐를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며 “확실히 요 몇 년 간 농사를 짓는 데 물이 반 정도는 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 증설 예정 부지 바로 옆에 유치원이 자리하고 있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골프장 증설 예정 부지에 인접한 곳에서 십 수 년째 유치원을 운영 중인 한상묵 이사장은 “골프장 조명으로 인한 빛 피해, 농약 비산, 골프공 타격 등으로 인해 원아들이 입을 피해가 걱정된다”며 “창문을 닫아 놓는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양교육지원청이 학교환경정화구역임을 내세워 원아들과 교사들의 건강권과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를 해달라는 의견을 고양시에 전달한 바 있다.
산황동 마을을 650년이 넘도록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느티나무의 잎이 여름인데도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나뭇잎의 크기가 자잘해지는 등의 증상 등을 보이자 범대위 측이 나무전문가를 통해 조사를 벌였는데, 잎사귀 크기를 줄이고 뿌리를 넓게 펴는 증상은 고사는 안했지만 고사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증상이라고 조사됐다. 그러나 고양시가 나무전문가를 통해 조사한 결과는 생육에 문제가 없다고 나와 범대위의 조사와 차이를 보였다. 범대위는 인근 골프장에서 많은 양의 지하수를 퍼 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특별법 시행 이전 법 적용으로 그린벨트 내 골프장 증설 추진

굳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파헤치고 골프장을 만들어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지난 2011년 11월 1일에 개발제한구역 특별법 발표가 돼 이 법의 시행 효력이 발생하는 2011년 12월 1일부터는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민간 골프장을 개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산황동 골프장 증설의 경우 이 특별법을 피해간다. 특별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1년 11월 29일에 사업자가 국토부에 그린벨트를 체육시설 골프장으로 변경하는 도시관리계획변경 신청 후, 고양시로부터 입지타당성을 인정받아 2013년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경기도가 고양시에게 입지 타당성을 물었을 때 고양시가 ‘주민 갈등 소지가 없는 입지 타당한 곳’이라고 답함으로써 고양시가 허위사실 입증으로 사업 절차를 도와준 것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특별법 시행 이전의 법 적용을 받으면 개발제한구역 내 녹지가 많이 훼손된 경우에 한해 공익시설로서 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다. 산황동 골프장 증설도 녹지 훼손을 이유로 사업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산황동의 녹지가 많이 훼손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고문은 “녹지가 너무 많이 훼손돼 골프장이라도 해야 녹지 형성이 된다고 판단될 때 골프장을 공익시설로 조성할 수 있는데, 실제로 산황동에 와서 보면 알겠지만 녹지가 잘 조성돼 있다. 그런데도 이곳을 녹지가 많이 훼손됐다며 공익시설이란 말로 골프장을 증설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연을 훼손해 소수를 위해 조성하는 골프장사업이 과연 공익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곳의 녹지가 공익시설을 조성해야 할 정도로 많이 훼손됐는지에 대한 판단은 지방자치단체장인 고양시장이 한다.
 
골프장 증설 허가권 가진 고양시의 입장은?

골프장 증설과 관련된 허가권은 고양시에 있다. 지자체에서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검토해 심의를 거쳐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내주면 사업자는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고양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현재 사업자측이 내놓은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의 의견도 검토해 보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범대위는 그간 고양시가 골프장 증설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조사와 대처가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범대위는 그간 환경영향평가서의 허위, 부실을 지적하며 고양시에게 이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검토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고 한다. 범대위에 따르면 그간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주택 40여동을 2동으로 기록하거나 고양 정수장 관련 위험에 대한 미기록, 고양교육청의 유치원 원아와 교사 건강권, 골프공 타격 위험에 대한 검토 의견 무시 등 면밀히 조사하고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이에 범대위는 지난 7월, 사업자가 내놓은 환경영향평가서의 주요 17개항을 골라 고양시에게 제시하고 범대위와 시가 공동으로 검토해 공동의견서를 환경청에 보내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고양시는 범대위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지 열흘 여 만에 ‘의견 없음’을 환경청에 통보했다. 조 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고문은 “고양시가 범대위가 제시한 17개항에 대해 성의 있는 검토를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골프장 증설 문제는 고양시와 시민의 문제인데 고양시가 제3자인 양 하고 있다”고 했다. 조 고문은 “고양시가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구체적인 자료의 제시를 통한, 보다 성의 있는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범대위는 환경청에 검토 보류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산황동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이들은 고양시장이 나서서 골프장 증설을 즉각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에게 골프장 건설계획을 직권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11월, 강원도 홍천에서는 수돗물정수장과 500미터 거리에 있는 갈마곡리 골프장 실시계획인가를 취소했고, 2012년 4월,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이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을 직권 해제했다. 현재 계양산에는 산림휴양공원이 추진되고 있다.
■ 일산동구 산황동은 어떤 동네?

일산동구 산황동은 풍동의 남쪽에 있는 농촌마을로 풍동이나 백석동에서 차로 10분 내외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일산시가지에서 가깝다. 골프장 증설 예정 부지에서 일산시가지를 바라보면 백마마을이 훤히 보인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자연촌락 형태의 마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도시근교농업을 하고 있으며 골프장 증설 예정 부지인 산황동 안산 기슭에 40~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조상 대대로 마을을 지키며 사는 주민들이 많다. 마을 안에는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된, 무학대사가 심었다는 650여 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  2015-10-11 23:38:3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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